데스티니 가디언즈/지식/영웅의 지점
1. 보통
1.1. 불에 그슬린 지점의 표식
최후의 도시의 굳건한 수호자들을 기리는 표식입니다.
최후의 도시를 둘러싼 벽이 보이나? 마음속으로 상상해 보게. 벽은 사람들을 지켜주기만 하는 게 아니네. 우리 자신이 누구인지 상기시켜 주지.
우리는 타이탄일세. 악의 세력을 막아내는 벽, 어둠에 맞서는 촛불, 여행자의 마지막 선물을 수호하는 자들이지.
이 도시는 우리의 집이고 이곳 사람들은 우리의 피다. 그리고 이곳의 벽은 우리의 방패이자 무기, 사원이네.
이제 자리로 돌아가게, 타이탄. 최후의 도시를 위한 싸움에 패배는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네.
– 자발라, 타이탄 선봉대원
1.2. 불에 그슬린 지점의 망토
동전을 던져 봐. 앞면이 나오면 헌터가 이긴 거고, 뒷면이 나오면 상대가 지는 거지.
음, 그러니까 '헌터의 사명'이나 '헌터의 규칙' 같은 거창한 연설을 해야 할 시점이군.
어디 보자. 헌터로서 지켜야 할 규칙이 하나 있지. 지금 나 보여? 어깨를 으쓱했거든? 글로는 전달하기가 힘드네.
아무튼. 으쓱했다고. 무슨 뜻인지 알겠어? 헌터가 되는 길은 정해져 있지 않아. 네가 직접 부딪치면서 알아내는 거야. 할 수 있겠지? 그것도 못 하면 헌터라고 할 수 없지. 알겠어?
그러니까 여기서 멍하니 있지 말고 얼른 나가 봐. 앗, 잠깐, 미광체 1,000개 되겠습니다. 농담이야! 자, 날 뿌듯하게 해 줘. 아니다. 그냥 네가 뿌듯하면 돼. 알았지?
와. 내가 했지만 너무 멋있는 말이다.
1.3. 불에 그슬린 지점의 완장
"우주는 몸과 마음을 바쳐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자에게 언제나 비밀을 드러내 주지."—아이코라 레이
주위를 둘러보게. 어디에서든 주변을 잘 살펴보는 걸세.
지금 어디에 있든, 어떤 상황이 닥쳤든 눈앞에는 무한한 수수께끼가 숨어 있지. 이 점을 기억하게. 그리고 언젠가는 그 모든 수수께끼에 대한 해답을 찾게 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게.
우리는 워록일세. 지혜가 우리의 갑옷이고, 기지와 독창성이 우리의 무기이지. 우리는 상상력과 가능성이 충돌하는 곳에서 더 강력한 힘을 끌어내지.
우주는 아주 복잡한 기계지만, 그렇기 때문에 다른 기계처럼 파악하고, 분리하고, 고치고, 개선할 수 있네.
주위를 둘러보기만 하면 되지.
—아이코라 레이
2. 희귀
2.1. 타이탄
2.1.1. 지점의 투구(재생)
태양을 똑바로 쳐다보면 화상을 입는다.
"자발라, 해냈어! 보호막이 해제됐다구!"
타이탄 선봉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고스트의 말이 옳았다. 기갑단 사령선에 쳐져 있던 보호막의 황색 빛이 깜박이더니 산산이 흩어졌다. 자발라는 웃음이 많지 않은 사람이지만, 오늘은 처음 경험하는 일이 많았다.
"모든 아군은 저 주력함을 집중 사격하라! 탑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 자발라는 무기를 어깨에 메고 엄호막 뒤에서 일어났다. 희미한 미소가 입꼬리에 남아 있었다. 기갑단 놈들은 따끔한 맛을 볼 거다.
지옥을 경험할 거야.
가슴에서 용암이 솟구치는 것 같았다. 충격, 고통, 분노, 공허가 한꺼번에 몰려온다. 숨이 거칠어지고 무기가 땅에 부딪혀 덜컥거린다. 전쟁의 소음이 윙윙거리며 고요해진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이것보다 훨씬 나쁜 상황도 많았으니까. 그는 맨주먹만으로도 최고의 소총보다 위험한 존재이다. 그는 빛을 이용하려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가 눈을 크게 떴다. 그가 멈춰서는 순간 기갑단의 슬러그가 그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빛은 사라졌다, 고 그는 생각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야. 빛은 사라졌어. 그래서 어쨌다고? 넌 그들의 지도자다. 그들에겐 네가 필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일어나라. 일어나!
그는 분노의 함성을 지르더니 휘청거리며 일어섰다. 모두 안전하게 대피시킬 것이다. 목숨을 바치는 한이 있더라도.
2.1.2. 지점의 건틀릿(재생)
전시에는 분통 터지는 상황이 많다.
아만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자발라는 그녀의 목소리가 무전기에서 들리기도 전에 분노를 느낄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만 사령관님, 운전기사 해 드릴 시간이 없는데요. 도시에 저 같은 사람 수천 명이 갇혀 있습니다."
"도시는 이미 끝났어." 그 말만은 하고 싶지 않았지만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린 이제 모두 같은 처지라고, 홀리데이. 빛은 사라졌어. 전열을 재정비해야 해."
"도망쳐야 된다는 거군요." 아까보다 더 화난 목소리다. 듣는 사람까지 화가 나는 것 같다.
"나중에 다시 싸울 수 있도록 살아남아야 한다는 얘기지. 이제 구조를 위해 우주선을 띄울 순 없어. 여기 오래 머물수록 위험도 높아진다구."
"그럼 가세요! 뭘 망설이시는 거죠? 우주선 조종하실 줄 알잖아요."
"자네만큼 잘하진 못하지. 자넨 행성계 최고의 조종사잖아, 아만다. 그리고 지구에서 이륙한 후에 우주선을 안정적인 상태로 조종할 수 있는 것도 자네뿐이고."
"젠장, 하지만 저들을 여기 두고 갈 순 없어요."
"난 이미 결정을 내렸네.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그는 케이드에게 희망을 걸어 보고 싶었지만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걸 잘 알았다. "이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침묵이 이어진다. 이번에는 몇 초 동안. "알겠습니다." 그녀가 메마른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그녀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2.1.3. 지점의 판금(재생)
도시의 기억이 가슴속에 불타오른다.
그는 수치를 확인해 보았다. 엑소더스에서 우주선 73대를 잃었다. 그가 이끌어 주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가득 타고 있던 우주선 73대를. 수호자와 민간인들이 타고 있던 우주선을. 자발라가 그들에게 줄 수 있었던 건 숭고한 죽음뿐이었다.
무기가 갖춰져 있던 우주선은 거의 없었다. 운반선과 보급선은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나 강화된 붉은 군단의 봉쇄를 돌파하는 과정에서 버텨내질 못했다. 흐느적거리며 사자 무리를 지나가는 먹잇감이나 다름없었다. 탑승자들은 몰살당했다.
함대가 달을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붉은 군단이 지구를 집중 공격했기 때문일 뿐이었다. 자발라도 그런 기갑단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미련할 정도로 하나에만 집중하는 특성을. 놈들은 장기적인 전략을 준비하지 못한다. 하지만 도미누스 가울이라는 이놈은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그들은 계속 움직였다.
하지만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하지? 물론 자발라에게는 계획이 있었다. 타이탄 선봉대일 때이든 아닐 때이든 자발라에게는 항상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정말 필요한 건 정보였다. 그에게 필요한 건…
"부사령관 슬론 임무 보고합니다."
자발라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2.1.4. 지점의 각반(재생)
방금 눈을 뜬 군마처럼 빠르게 움직이라.
"수호자들이여. 도시는 사라졌다. 행성계에 빛이 남아 있다면, 타이탄에서 집결하자. 용기를 내라."
자발라는 녹음 버튼을 놓고 두 사람을 다시 바라보았다. 슬론은 여느 때처럼 무표정했다. 아만다는 억지로 강한 척하고 있었다. 자발라는 한숨을 쉬었다. "그것도 마음에 들지 않을걸."
아만다는 슬론과 자발라를 차례로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게 분명했다. 슬론이 말했다. "사령관님, 새로운 저항군을 격려할 메시지를 주시려는 건가요? 하지만 사령관님의 말씀은…" 슬론은 평소처럼 예의를 갖추고도 싶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버리고 싶기도 했다.
"우리가 이미 진 것처럼 말씀하시잖습니까." 아만다는 삭제 버튼 위에 손을 올리고 말했다. 자발라가 눈썹을 추켜올렸다. 아만다는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는 성격이다.
"홀리데이의 말이 맞습니다, 사령관님. 연료를 낭비해 가며 토성으로 달아나는 게 아닙니다. 사령관님도 말씀하시지 않았습니까. 집결을 위해 가는 겁니다. 집결지가 필요하지 않습니까."
자발라는 아래의 녹음기를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계속 눈을 내리깔고 말했다. "그들도 진실을 알아야 해. 내겐 진실을 알릴 의무가 있다고. 신호기 작동시켜."
2.1.5. 지점의 표식(재생)
전장에서 입은 부상은 흉터를 남기기도 한다.
"확인했습니다. 생태도시는 거의 100% 감염됐습니다. 그리고… 두 팀을 모두 잃었습니다."
자발라는 슬론 쪽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떠올랐다 가라앉는 메탄 바다를 바라볼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적은 파악됐습니다, 사령관님. 빛은 없지만 이젠 저희가 유리합니다. 명령만 하시면 생태도시를 치겠습니다. 필요하다면 모조리 불태워 버리겠습니다. 군체 놈들은 전멸시켜야 합니다."
"여기까지 온 내가 멍청했어. 최악의 적이 버티고 있는 곳을 찾아오다니…" 그는 계속 슬론에게 등을 돌리고 토성의 고리에 난 구멍을 올려다보았다. "우리의 굳은 결심과 황금기의 보물이면 저… 악마 같은 놈들을 이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슬론은 자발라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걸 듣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자발라는 이런 얘기밖에 하지 않았다. "사령관님의 판단은 옳았습니다. 행성계에서 기갑단이 가지 않을 곳은 거기뿐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반격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죠. 군체를 진압한 후에…"
"놈들을 처치해. 싹 쓸어 버리라구. 그들을 안전하게 데려오고 우리 쪽 다리에 경비대를 배치해."
"사령관님…"
"그만 가봐."
2.2. 헌터
2.2.1. 지점의 가면(재생)
화상 입기 싫으면 햇볕에 민낯을 드러내지 마.
"지금은 때가 아니야, 케이드." 검이 부딪힌다. 기갑단을 41명째 처치했다.
"아니라니까, 뿔난 내 친구." 칼을 던진다. 36개째. "이 붉은 군단 놈들이 우리 집을 불태우고 있어. 너무 위험하다고!" 핸드 캐논을 던진다. 37개째. "한 놈 처치할 때마다 미광체가 2천 개 나오지."
"아이코라가 '붉은 군단'이라고 했다고, 멍청아. 그게 아니야." 검이 부딪힌다. 42명, 43명.
"5천 개."
"내기를 하게 되면 네게 걸겠어. 우리 집이…"
파괴됐다.
"이… 이건 뭐지? 케이드, 내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하지도 않은 내기에 이기려고 또 속임수를 쓰는 거야?"
"어."
"케이드!"
"안 돼, 이 벽창호 같은 놈아! 난 못 해… 어… 나도 걸려든 거 안 보여? 조심해!" 보조 무기. 38개째.
"빛은 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어. 내 고스트는 텅 비어 있다구." 검이 부딪힌다. 44명째. "무슨 뜻이냐면 말이야…"
"그들에겐 우리가 필요해. 갈라져야 한다구." 칼을 던진다. 39개째. "내가 길거리를 맡을 테니까 넌…"
"1만 개." 검이 부딪힌다. 45명째. "최고로 위험한 상황이야." 검이 부딪힌다. 46명째. "내기 하고 싶나, 헌터? 그럼 내기를 하자구. 판돈은 우리 목숨이야. 영원히 죽는 거지."
핸드 캐논. 반딧불이다! 40, 41, 42. "네 차례야."
2.2.2. 지점의 손아귀(재생)
뭐든 너무 꼭 붙잡으면 빠져나가 버릴 수도 있다.
"몇 놈이나 됐지? 꽤 오래 전에 수를 세는 걸 관뒀거든."
케이드가 속삭이는 소리는 너무 커서 근처의 모든 붉은 군단이 들을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는 지난 2분 동안 칼을 세 번 휘두르는 걸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의 고스트는 응답하지 않는다.
"됐어. 신경 쓰지 마. 놈들을 끌어낼 수 있으면 훨씬 빨리 끝낼 수 있을 텐데 말야. 뭔가 미끼를 써야겠어. 뭔가 작은 걸."그의 고스트는 계속 응답하지 않는다."
그의 고스트는 계속 응답하지 않는다.
"너 같은 건 아니고. 눈이 크게 빛나는 거. 잠깐만. 쉿, 쉿, 쉿…"
그는 그림자 속으로 숨었다. 골리앗 탱크 옆에 선 군단병 두 명이 그가 숨어 있는 곳을 지나쳐 걸어간다. 영웅이 될 필요는 없어, 라고 그는 생각한다. 최소한 죽은 영웅이 되어선 안 되니까. 아직은 아니다.
"세 블록만 더 가면 돼. 아직 단말기에 접근할 수 있어?"
응답은 없다.
"그래, 널 의심해선 안 되겠지. 네가 9시간 동안 빛과 접촉하지 못했다고 해서 광선으로 작업을 할 수 없다는 건 아니니까. 네가 내 마지막 희망이라구. 자발라가 대규모 우주 함대를 구축하려면 몇 년이 걸릴 거야. 그 동안 아이코라는 땅에 난 여행자 모양 구멍만 쳐다보고 있을 거고.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해결해야 돼. 도와줄 거지?"
큰 속삭임 소리가 들린다. "언제든지."
2.2.3. 지점의 조끼(재생)
잃어버린 사랑의 기억이 가슴속에 불타오른다.
"선봉대 긴급 오버라이드. 인증 샤르트뢰즈 77-6."
[헌터 선봉대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자동 음성 지원 시스템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거대한 우주 코뿔소가 날 보기 전에 처치해야겠는데."
[적 기갑단 말씀이시군요. 정보를 좀 더 제공해 주실 수 있을까요?]
"날개가 달리고 망토를 입은 4.5m 길이의 뾰족뾰족한 구름 모양이야."
[파일에 저장되어 있는 참조 이미지와 일치하지 않습니다. 특수한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나요?]
"방어구를 착용하고 있거나, 몸이 정말 이상하게 생긴 것 같아. 완전 이상하게 생겼어."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미안. 미안해. 이 가울 놈을 처치해야겠는데. 아이디어가 필요해. 그 화력팀이 크로타를 어떻게 처치했는지 다시 얘기해 줄래?"
[승천 영역에 침투해서 대영혼 왕국에서 크로타와 대결했습니다.]
"알았어. 여기선 쓸 수 없는 방법이로군. 스콜라스는?"[원하는 항목을 지정해 주세요. 고대의 감옥에서 스콜라스가 처형되었을 때]"아니."
[원하는 항목을 지정해 주세요. 고대의 감옥에서 스콜라스가 처형되었을 때]
"아니."
[벡스의 시간 관문에서 시간을 통과해 늑대의 가문을 데려왔을 때]
"그래 그거! 벡스 그거. 순간이동 말이야.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2.2.4. 지점의 발걸음(재생)
사태를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
"네 이름이 '안전장치'라고?"
"네! 당신의 이름은 케이드 부대죠!" ("넌 엑소지. 로봇의 몸에 인간의 뇌가 장착된 존재야. 입에선 이상한 빛이 나오고.")
"잠시만, 그게 누구였지?"
"뭐가 누구냐는 거죠? 저는 저예요!"
"상관없어. 내가 이걸 하면 어떻게 될지 넌 모르지. 넌 이곳에 대해 내게 얘기해준 고향의 로봇과 같은 AI니까."
"아니에요!" ("내가 천 배는 더 똑똑해요.")
"네가 그렇게 똑똑하다면 왜 우주선을 말의 달에 처박았니?"
"정말 무례하군요!"
"저기, 우리 시간 별로 없거든. 이 벡스 순간이동기를 3중 도약 회로에 연결할 거야.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은 뭐지?"
"저의 벡스 차원문 기술 분석 주기에 따르면, 무시무시하지만 발생 가능한 여러 가지 결과 중 하나는 당신의 몸과 의식이 두 가지 개별 반물질 차원으로 분리되는 거랍니다!"
"뻥치지 마. 자, 시작한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케이드 부대님! 엑소더스 블랙의 추락 이후로 7066 네소스에서 다른 사람은 만난 적이 없어요. ("저는 외로운 게 싫어요.") "준우주 가상 공간에 흡수되면…"
"미안하지만 안전장치, 지금은 용감해져야 할 때야."
쯧.
2.2.5. 지점의 망토(재생)
한밤중에도 실수는 일어날 수 있다.
"일단은 그만하면 됐어, 에이스. 여기서 빠져나가진 못할 것 같아. 아빠한테 어울리는 멋진 영웅 같은 방식으론 어렵겠어. 인정. 근데… 이런! 아, 제길. 다시 시작해야겠어. 얼마나 걸렸지, 안전장치?"
"마지막 순간이동 이후 236초 걸렸습니다! 에이스가 아드님이란 얘기는 안 하셨잖아요! 완전 멋지네요!"("그리고 너무 슬퍼요.")
"이론적으론 그래. 고스트가 날 처음 놀릴 때 주머니에 있던 일기에서 이름을 봤어. 그럴싸하더군."
"그럼 아드님이 실제로 있는지는 모르시는 건가요?" ("엄청 슬픈데요.")
"몰라. 근데, 대원들에게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잖아. 그렇다고 대원들에 대한 감정이 바뀌었어?"
"전혀요!" ("하지만 대원들이 죽은 건 사실이죠.")
"그렇지. 이제 다시 녹음을 시작해 줄래? 사실 잘 모르…"
"케이드 부대, 좋은 소식이 있다! 부대 우주선과 비슷한 우주선이 이 미행성의 중력 반경으로 진입했다!"
"뭐라고?! 좋았어! 이런. 잘 들어, 다음 순간이동이 곧 진행될 거야. 내가 내 머릿속에 들어갔다 나왔다고는 얘기하지 마, 알았지? 벡스의 함정이나 뭐라고 얘기해. 알았지? 안전장치?"
2.3. 워록
2.3.1. 지점의 두건(재생)
마음속의 눈앞에서 사랑하는 도시가 불탄다.
그녀는 탑 북부의 잔해에서 빠져나온 후 땅을 밟은 적이 없었다.
아래의 불길을 향해 소용돌이 모양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을 탄 아이코라 레이는 날개에서 요격기 뒤쪽으로 점멸 이동한 후 요격기의 가속 추진 방사체로 소용돌이 수류탄 3개를 투척했다. 번쩍.
수확기 앞쪽으로. 수확기의 반중력 코어로 산탄총 4발 발사. 번쩍.
다른 스레셔 꼭대기로. 아이코라는 어깨너머로 여행자를 흘낏 보고는 표면에 붙은 음란한 그림에 치를 떨었다. 신성 폭탄을 맞아 우주선의 앞쪽 절반이 파괴되었다. 그녀는 우주선 밖으로 탈출했다. 그녀는 놈들이 도시, 탑, 대변자에게 한 짓에 대한 복수로 놈들을 싹 쓸어버리려 한다. 그녀는…
큰 피해를 입었다.
주위가 온통 캄캄해졌다. 그녀의 손가락이 무감각해졌다. 시야가 회복되자 그녀는 스레셔로 점멸 이동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빛은… 사라진 건가?
그녀는 쿵쾅대는 가슴을 안고 지상으로 급히 내려갔다. 수류탄이 없다. 생각해라. 신성 폭탄은 없다. 생각해라. 그녀는 발밑 광고판을 쏘아 떨어뜨리자 광고판이 옥상 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통 속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몸이 아직 엉킨 철 무더기에 끼어 있다.
아이코라는 움직이려 애써 보았다. 어깨가 빠진 것 같다. 능력이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이게 끝일 리는 없다. 그녀는 일어나서 이글이글 불타는 눈으로 다음 표적을 겨냥했다.
2.3.2. 지점의 장갑(재생)
불은 난방용으로도 쓰이지만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비밀 암호 해독됨/
/1인자의 서신 이어짐/
/삭제까지 180초/
내 비밀 서신을 찾아냈군. 이게 우리의 미래였는데.
나의 시대는 끝났고 수호자들은 재처럼 흩어져 허무하게 사라졌다. 이 붉은 군단도 기갑단에 불과하지만, 현실에 안주한다면 제아무리 미개한 적일지라도 우리의 세계를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작전을 종료하라. 정복자들을 상대로 은밀한 공격을 시도하지 마라. 더 이상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 정복자들이 우리처럼 안이한 상태가 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우리는 놈들보다 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놈들이 대가를 치르도록 말이지.
찰코, 아직 살아 있나? 네 말이 옳았어. 우린 눈앞에 있는 것밖에 보질 못했지. 하지만 다시는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을 거야.
에리스, 퀘스트에서 살아남았나? 우린 아직 널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가 다시 봉기하는 그날, 너도 집으로 돌아오리라.
나머지 수호자들은 숨어서 상황을 주시하며 내 연락을 기다리도록. 내가 연락을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다들 알고 있겠지.
/1인자의 서신 종료/
2.3.3. 지점의 로브(재생)
따스한 빛에도 데일 수 있다.
그녀는 빛 없이도 손바닥으로 머리통을 갈기는 것만으로 약탈자를 처치할 수 있었다.
아이코라는 약탈자를 숲 바닥에 쓰러뜨리고 놈의 에테르가 먼지 속으로 흘러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의 고스트가 그녀를 처음 되살린 후, 같은 일이 반복되었다. 황무지로 사라진 그녀는 보이지 않는 적들을 처치해 왔다.
이놈은 그녀가 조각을 발견한 이후 11번째로 처치한 몰락자이고, 이제 그녀는 능력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조각 쪽으로 돌아서서 한 걸음 다가갔다. 그녀는 한 시간 전에 상공에서 처치한 드렉 두 놈을 지나쳐 한 걸음 더 다가갔다. 그리고 그 직후 방심하고 있던 그녀를 공격한 흉물을 넘어 또 한 걸음 나아갔다. 한 걸음 더 다가간 그녀는 손을 뻗어 조각 표면에 대고 눈을 감은 후 기다렸다.
계속 기다렸다.
아무 반응도 없다.
그녀는 눈을 뜨고 여행자가 떨어뜨린 조각을 바라보았다. 아무 소리도 없다. 의심을 품고 있다. 화를 낸다. 뭔가 애원하는 것 같다. 그리고는… 고요하다.
그녀는 잠시 더 서서 쳐다보다가 재빨리 계산을 해 보았다. 그리고는 텅 빈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오.
2.3.4. 지점의 장화(재생)
때로는 가만히 서 있는 것도 용기이다.
붉은 군단의 우주선이 원을 그리며 에코 메사 상공에 착륙하자 우주선의 엔진이 꺼졌다. 그러자 캐노피가 접히고 조종사가 밖으로 나왔다.
빛을 가지지 않은 수호자로는 최초로, 아이코라가 이오의 땅을 밟았다. 뭔가 잘못된 느낌이다. 그리고 그때…
땅이 흔들리며 붉은 군단의 수확기 3대가 머리 위에서 날아왔다. 뭐가 잘못됐든, 저놈들보단 낫겠지.
이 성스러운 곳이, 수호자에게는 행성계의 그 어떤 곳보다 신성한 곳이… 이제는 신앙심조차 없는 기갑단이 침략을 일삼는 장소가 되고 말았다. 무신경하게 지나치는 장소가. 아무 생각 없이 더럽히는 장소가. 이 전쟁이 시작된 후 아이코라는 자주 화가 났지만, 이곳에서 붉은 군단을 볼 때처럼 끝없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적은 없었다.
그녀는 식량과 탄약을 확인했다 벡스도 여기에 있었지만 기계에 가까이 가지만 않는다면 벡스는 위협적인 존재는 아님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벡스는 나중에 처리해야겠다. 일단은 처음 착륙할 때 지나쳤던 붉은 군단 기지로 출발해야겠다.
모든 걸 잃어버릴 수도 있지만, 놈들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2.3.5. 지점의 완장(재생)
때로는 가장 밝은 빛이 가장 빨리 꺼진다.
아이코라는 내용물을 모두 파낸 텅 빈 로켓 케이스를 깨물었다. 신음 소리는 최대한 죽였기 때문에 누가 듣지 않을지는 신경 쓰지 않았다. 드디어 파편이 어깨에서 빠져나왔다. 파편은 그녀의 손가락에서 흘러 아래의 바위로 떨어졌다.
그녀는 이곳 이오에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빛이 없는 새로운 삶에서 사라져 버린 또 한 가지가 있다. 그녀는 붉은 군단을 몇 놈이나 죽였는지는 몰랐지만 자신이 언제든 죽을 수도 있다는 건 알았다. 상처만 보면 기억할 수 있었으니까.
산탄총도 잃어버리고, 붉은 군단 기지 동쪽 몇 클릭 거리의 보초탑 밖에서 온몸에 부상을 당한 상태로 누워 있는 처지였다. 산탄총은 소각병을 죽이느라 탄환을 다 써버린 후 사이온을 때려눕히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상공의 우주선은 비행을 멈추지 않았다. 정찰도 같은 빈도로 계속됐다. 아무것도 변한 건 없다.
그녀만 빼고는 아무것도. 그녀가 다치고 지치고 아무런 힘이 없어진 것만 빼면 말이다. 그녀에게 남은 것도 전혀 없다. 용감한 싸움? 그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다. 이젠 그녀 자신도 그걸 인정할 수 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잠깐만 눈 좀 붙이자.
그녀가 눈을 뜨자 여행자가 마지막으로 갔던 곳이 보였다. 그녀는 천천히 일어나 벼랑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는 기다렸다.
3. 전설(2018년)
3.1. 타이탄
3.1.1. 지점의 투구(유광)
자기 자신을 무기로 써야 할 때도 있다.
"쳇." 붉은 군단 침입자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가만히 누워 신음하며 일어나려 애쓰는 수호자를 향해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위쪽 발코니의 횃대에서 그 광경을 본 테우스-7은 침입자가 수호자를 조롱했음을 알 수 있었다.
아래는 혼란의 도가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무너지는 건물의 아치길에 웅크리고 있었다. 광란한 기갑단이 탁 트인 마당 주변에서 총을 쏴대고 폭탄을 던지며 날뛰고 있었다. 주위에 무사한 사람, 멀쩡한 물건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테우스 근처의 기갑단이 보조 무기를 꺼내 그의 옆에서 계속 끙끙거리는 수호자를 겨냥했다.
핸드 캐논을 꺼내든 테우스는 기갑단이 수호자를 죽이기 전에 대포를 발사하여 놈을 처치했다. 그리고는 아이들을 위협하던 또 다른 기갑단 한 놈을 정확히 명중시켰다. 그러자 붉은 군단은 즉시 발코니 쪽으로 집중 사격을 했다. 하지만 테우스는 파수병이었으므로 대처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아래로 뛰어내려 빛의 동력으로 보호막을 만들었다.
하지만 빛은 꺼져 버렸다.
그의 몸에서 공기가 모조리 빠져나갔다. 붉은 군단의 추악한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젠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그는 수류탄을 꺼내며 사람들에게 도망치라고 소리쳤다.
3.1.2. 지점의 건틀릿(유광)
폭탄이 없으면 직접 만들면 된다.
에스타 텔은 죽은 나무 밑에서 케이블 끝의 전선을 폭발기에 서둘러 감으면서 머리 위의 다리를 수색했다. 일단은 괜찮아 보였다. 다리 한쪽 끝에는 헐벗은 도로가, 반대쪽에는 건물이 있지만 아래쪽의 협곡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 같다.
기갑단은 정확히 3분 후에 도망칠 것이다. 갈 시간이다.
에스타는 위쪽의 건물을 주시하며 무슨 소리가 나지 않는지 귀를 기울였다. 엔진 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차량이 보이자 에스타는 폭발기를 눌렀다. 10초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하지만 그건 기갑단의 차량이 아니었다. 구급차였다. 다리 위를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5초 남았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즉시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는 저격총을 둘러멨다. 다리 밑의 전선과 폭발물 결합부를 겨냥했다. 발사. 구급차가 다리를 건너는 순간 전선이 떨어졌다.
멀리서 기갑단이 접근하는 소리가 들렸다. 드디어 왔군.
그녀는 폭발물을 향해 총을 쐈다.
탕탕. 탄약이 다 떨어졌다. 생각할 시간이 없다.
3.1.3. 지점의 판금(유광)
자기가 시작한 일은 최대한 집중해서 적절한 속도로 끝내야 한다.
리리아 그래머는 케이블 지지대 아래의 틈새로 더 깊이 숨어 매톡스-9가 올라오기를 기다렸다. 리리아가 탑 벽면에 붙여 둔 조임쇠를 붙잡고 올라온 매톡스는 그녀를 바라보고는 엄지를 치켜들었다.
8층만 더 올라가면 그를 붙잡았던 짐승 같은 기갑단 놈들과 대변자의 턱밑까지 접근하게 된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멀리서 펑 하는 소리가 들리고 아래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아래를 내려다본 리리아는 지상에서 위쪽을 향해 총을 쏴대는 붉은 군단의 부대를 발견했다.
그녀는 매톡스를 쳐다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리리아는 "올라가!"라고 말하고는 소총을 뽑아 들었다. 매톡스는 농담이라도 한마디 하려고 익숙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 쪽으로 오다가 금속 부딪히는 소리에 멈춰섰다. 매톡스의 머리가 앞으로 푹 숙여졌다가 뒤쪽으로 홱 꺾이더니, 벌겋던 눈이 검게 변했다. 그래머는 매톡스의 몸을 위로 끌어올리다 소총을 떨어뜨렸다. 그래도 두 사람이 함께 이 일을 끝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총탄이 쉴 새 없이 그녀 주위로 날아들었다. 그래머는 몸 옆쪽에 한 발을 맞고 신음 소리를 냈다. 기갑단은 계속 공격을 퍼부었다.
그래머는 수류탄을 꺼내 매톡스의 로켓 발사기에 장전했다. 그리고는 오랜 친구의 몸을 움켜쥐고 뛰어내렸다.
두 사람이 기갑단 무리에게 떨어지는 순간 수류탄이 터지며 주위가 온통 검게 변했다.
3.1.4. 지점의 각반(유광)
최후의 1인이 될 때까지 버텨야 한다.
다이모스-22는 팔을 휘휘 저으며 인간 무리들에게 서두르라고 크게 소리쳤다. 소지품을 한아름 들고 있는 걸 보니 저들은 오랫동안 이 건물 안에서 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이곳은 물바다가 되었다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썩고 부서진 나무와 약하디 약한 금속으로 만든 물에 잠기지 않은 하나뿐인 터널은 크기가 작아 서서 걸어가기조차 힘들지만, 이 터널을 빠져나가야 뭍에 도착할 수가 있다. 지나쳐가는 사람들을 보며 타이탄은 "빨리 와!"라고 소리쳤다.
아이들과 노인들이 울부짖고 있다. "힘든 거 알아." 타이탄은 소리치지 않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하지만 빨리 가야 돼."
여자 하나가 커다란 가방을 떨어뜨리자 타이탄은 가방을 옆쪽으로 차버렸다. 그녀는 가방을 잠시 쳐다보다가 군중 속으로 사라졌다.
건물 전체가 우르릉거렸다. 다이모스는 위를 올려다보고는 터널 위아래를 살폈다. 이런 소리는 좋은 징조가 아닌데.
그의 위쪽에서 지붕이 갈라지고 터널 전체가 찌그러졌다. 지붕을 누르고 있는 다이모스의 팔에서 우지끈 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잡고 있어야 한다.
다이모스는 계속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이 계속 그를 지나쳐 달려갔다.
그는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사람들이 모두 지나간 후에 그는 잡고 있던 지붕을 놓았다.
3.1.5. 지점의 표식(유광)
새들은 길을 잃지 않도록 정보를 교환한다.
"아노카이 타이 보고 드립니다."
타이탄은 나그네 Z를 타고 무너진 건물과 번화가의 잔해 위를 지나가며 응답이 수신되는지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는 움직임이 감지되는지 살펴보았다. 아직은 아무것도 없다.
"타이, 네가 보인다." 무전기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접촉 지점까지 약 12클릭 남았다."
타이탄은 낮은 고도를 유지하며 속도를 높였다. 그는 행성계 밖을 비행하던 우주선에 정보를 전달하던 중에 차량이 부서졌다는, 그와 똑같은 수호자 두 명을 태우기로 되어 있었다. 몇 주 전만 해도 그는 참새에 3명이 탄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밥 먹듯이 다른 사람들을 태운다.
종류는 알 수 없었지만, 큰 군단의 우주선이 그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그가 조종간을 뒤로 당겨 난파선 위로 올라가려는데 참새 안에서 털털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잠시 후 불이 났다.
아, 안 돼…
참새가 구멍이 숭숭 뚫린 길에 처박혔다. 플라즈마 화살이 타이 옆을 쌩하니 지나갔다. 매복이다.
나그네 Z에서 뛰어내려 뒤에 숨은 타이는 난파선에서 나타난 붉은 군단 소대에게 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이가 두 놈을 처치하자 참새가 폭발했다.
3.2. 헌터
3.2.1. 지점의 가면(유광)
아는 것이 힘이다. 모든 정보를 확보하라.
닥스 에토노는 최대한 조용히 어두운 붉은 군단 창고 안을 걸어 창고 맨 끝에 있는 제어판까지 갔다. 그는 쌓여 있는 장비와 보관함 뒤에 몸을 숨기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제어판을 켰다.
이런 제어판은 보통 창고 하나에 보관된 물품을 관리하는 용도로만 사용된다. 하지만 기갑단이 여기의 건물을 점거한 후 수호자들은 붉은 군단이 네트워크 잠금을 광범위하게 해제하여 어떤 제어판이든 접근만 하면 시스템의 거의 모든 위치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음을 알아냈다. 닥스는 허리띠의 버클로 위장한 자석 해킹 장치를 당겨서 풀었다. 닥스가 장치를 제어판에 부착하자 정보 복사가 시작되었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그러자 불이 켜졌다. 닥스는 욕을 퍼부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양쪽 출입문에서 발소리가 울렸다. 아직 적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그는 무기를 꺼내고 자석 해킹 장치를 떼어냈다. 그리고는 부드러운 금속면의 스위치를 눌렀다. 최소한 선봉대에게 데이터의 일부는 전송되었을 것이다.
기갑단 3명이 모퉁이를 돌아오더니 사격을 시작했다. 닥스는 적을 조준하고 방어 사격을 했다. 그와 동시에 그가 해킹한 정보가 은하계를 통과해 전송되기 시작했다.
3.2.2. 지점의 손아귀(유광)
단지 살아남기만 해서는 안 된다. 현실을 바꿔야 한다.
"방법만 적절하면 뭐든 별일 아닌 것처럼 말할 수 있지."
젬마 닉스는 아주 오래 전부터 그걸 알고는 있었지만, 계속 신경이 쓰였다. "붉은 군단이 도시 전역에서 죄 없는 사람들을 해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건 모두 사실이다. 하지만 부상을 당해 얼이 빠진 낙오자들을 이끌고 쓰레기가 쌓인 계곡과 분화구투성이인 땅을 지나는 그녀에게 이런 말들은 온전한 현실로 다가올 때까지 계속 확대되고 왜곡되었다.
"재생 능력은 잃어버렸지만 계속 싸울 수는 있어요"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새로운 감정이 솟아오르진 않는다. 그녀를 지탱해 주던 현실의 압박이 고통스러운 건 아니었지만, 그 현실은 지금 느껴지는 모든 감각처럼 그녀의 머릿속에서 따끔거리며 떠올랐다.
"이쪽이에요!" 젬마는 해치를 찾아서 열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생존자들을 지켜보았다.
모두가 들어간 후 그녀가 해치를 닫자, 몇 초 후 사람들이 기어들어간 비밀 이송기의 엔진이 켜지고 잔해 더미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젬마는 그들이 이동하는 걸 지켜보았다.
손을 흔들던 그녀는 400m 정도 떨어진 불탄 건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손에 구멍이 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3.2.3. 지점의 조끼(유광)
격렬하게 몰아치는 바다에 휩쓸려 영웅들은 추억 속의 존재가 되었다.
그는 통신 위성에서 고작 1m 정도 떨어진 곳에서 떠다니고 있었다. 그와 얘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다. 직접 대화를 한 건 아니고, 약 30개의 일기 예보 드론에서 전송되는 카메라 화면과 판독 정보를 확인 중이었다. 그는 공중에 둥둥 떠서 패널을 열고 드릴을 들고 있었다.
그는 수호자였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웃긴다. 시련의 장을 10경기 연속으로 이긴 사람이었다. 수호자가 왜 위성을 수리하고 있지?
그는 별거 아니라는 투로 통신 기능은 정상 작동하고 있으며 정규 정비대가 폭풍 속에 궤도로 가지 않아도 되도록 자기가 수리를 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는 우와, 수호자들이 그런 것도 직접 하나?라는 생각도 했었다.
어쨌든 벽 너머의 센서가 꺼지기 시작한 순간 그는 방해 공작을 의심했던 것 같다. 그래서 즉시 조사를 시작했다고. 내가 놀라는 걸 원치 않았던 거다.
그는 침입 중에 우리가 잃어버린 최초의 수호자 중 한 명이었다. 화면에 주황색과 흰색이 가득 찼다. 그리고 수호자들은 사라졌다.
3.2.4. 지점의 발걸음(유광)
불길이 발치까지 덮쳤지만 재빨리 도망쳐서 살아남았다.
정말 무서울 때도 계속 움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
EDZ에서 우리는 무장 방어군 조직을 시작했지. 그때 EDZ는 아직 기갑단의 영토였어. 바퀴가 달린 거대한 기갑단 기차가 탄약 보관소에서 출발해 농장으로 간다더군. 우리가 그걸 폭파하는 어려운 임무를 맡았지.
계곡 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운반차가 오더군 그녀가 유탄 발사기로 운반차에 폭탄을 발사했어. 그런데 폭탄이 운반차 발판에 떨어지더니 붙어 버리더군. 터지질 않더라구. 난 그녀를 쳐다봤지. 그녀는 이를 악물더군.
내가 놀라서 멍청히 서 있자니 그녀는 벌떡 일어나 참새에 올라타고는 1.6km 정도 날아갔어. 나는 쌍안경으로 그녀를 관찰했어. 그녀는 보조 무기를 꺼내더니 철제 대들보 뒤에서 조준을 하더군 그리고는 운반차 발판에 붙은 폭탄에 사격을 했어. 한 발 더. 세 발. 다섯 발. 그녀의 사격은 좀처럼 빗나가는 일이 없는데 이상했지.
그러다 이유를 알았지. 그녀의 온몸이 두려움에 벌벌 떨고 있더군.
하지만 결국 그녀는 폭탄을 터뜨렸어. 그런 폭발을 보는 건 난생처음이었어. 주황색 폭발 구름이 내가 있는 곳까지 오는 것 같더라니까. 내 고글의 고무가 녹을 정도였어.
제때 잘 움직여서 다행이었어. 그런 폭발이 일어나면 살아 돌아오기 힘들거든.
3.2.5. 지점의 망토(유광)
뼛속까지 사무친 공포를 되살려 저항을 해야 한다.
놈들이 여행자를 뺏어 가기 전까지 우린 우리가 강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모두가. 하지만 고스트가 사라지자 우리는 한동안 매우 약해졌었다. 최소한 나는 그랬다. 우린 가울 때문에 옴짝달싹 못하게 되었다.
보스가 떠난 후 몰락자 무리가 오래된 네소스 추락 부지 근처에 작전 기지를 세우려 했다. 트레이크와 나는 붉은 군단에 대항하기 위한 저항군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네소스에 도착하여 몰락자를 공격했다. 놈들이 부대를 만들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 공격에서 몰락자의 이송선 하나가 폭발했고, 나는 소총을 잃어버렸다. 들고 있던 소총이 손에서 미끄러져 우리가 숨어 있던 계곡 아래로 떨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멍청하게 총 하나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다니… 나는 움직일 수가 없었다.
트레이크가 멍하니 서 있던 나를 다그쳤고, 그래서 우리는 소총을 찾기 위해 계곡을 건너갔다. 트레이크가 엄호를 하는 가운데 나는 계곡 아래로 미끄러져 내려가 소총을 가져왔다. 온 세상이 얼어붙은 것 같았다. 우리가 안전한 곳으로 이동할 때 계속 총질을 하던 트레이크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는 내 바로 뒤에 있었는데… 유감스럽게도… 아니, 그는, 음, 목을 맞아서, 어, 그게 끝이었다.
그 공포란 설명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상황은 속속들이 기억난다.
3.3. 워록
3.3.1. 지점의 두건(유광)
인생은 눈 깜박할 사이에 희극에서 비극으로 바뀔 수도 있다.
칸무는 도약선의 조종석에 앉아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와 거의 완벽하게 일치하도록 입을 움직였다. 그녀는 행성을 이동하는 해독가들을 실어 나르며 이번 임무에 배정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 해독가들은 늘 같은 얘기를 계속 반복했다.
칸무는 얘기를 재미있게 듣는 척하며 그들이 껄껄 웃는 소리를 따라하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저 웃음소리는 좀 이상하다. 뒤쪽을 보니 해독가 한 사람이 숨이 막혀 컥컥거리고 있었다. 늘 갖고 다니는 딱딱한 사탕이 목에 걸린 것 같다. 조종석에서 나와 급히 해독가들 쪽으로 돌아간 칸무는 몸을 구부리고 숨을 헐떡이는 해독가를 찾았다.
칸무는 해독가 뒤에 섰다. 1분이 마치 1시간 같았다. 앞에 있는 해독가에게 팔을 감은 칸무는 한 손으로 주먹을 쥐고 다른 손으로 주먹을 잡은 후 배를 쓸어 올려 보았다.
갈비뼈가 부러지면 안 되는데. 손을 더 높이 들고. 더 빨리 쓸어 올려야지. 더 세게. 너무 세게는 말고! 갈비뼈가 부러지면 안 된다고! 안 돼~!
그 순간 사탕이 빠져나왔다. 딱딱한 사탕이다. 그럼 그렇지. 칸무는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칸무는 안정을 찾아가는 해독가를 안심시키기 위해 그의 등을 두들겨 준 후 우주선 앞쪽으로 돌아갔다. 때마침 수평선 너머로 주황색 에너지 구체가 둥실 떠올랐다. 그들을 향해 똑바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녀는 숨을 훅 들이마시고 조종석으로 달려갔다. 바로 출발해야 한다. 아까는 시간 여유가 있었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다.
3.3.2. 지점의 장갑(유광)
시간의 무게를 짊어지고 계속 걸어간다.
고통. 단지… 고통뿐이었다. 고통이라는 단어가 그의 머릿속에서 쿵쾅대고, 온몸에서 꿈틀대고, 뼛속까지 스며드는 듯했다. 이제 칼루멧 지프는 고통을 맛보기 전의 시간을 기억조차 할 수 없었다. 지프는 아이자-3 쪽으로 더 깊이 몸을 기댔고 아이자는 갑작스러운 중심 이동에 벨트를 메려고 했다. 하지만 아이자는 금세 균형을 되찾았고, 그들은 계속 나아갔다.
"위에 도움 필요해?" 오른쪽 허벅지에 총을 맞아 절뚝거리며 뒤따라오는 이볼라의 발소리가 들렸다. 지프는 이볼라가 도와 달라고 해도 도와줄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아이자도 분명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냐, 그냥 균형 좀 잡느라고." 그들은 도로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잔해에서 쉬어 가며 기진맥진해 아무 말없이 추출 지점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 기갑단 매복 공격의 유일한 생존자인 그들은 몇 시간째 이 길을 이동했지만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멀리서 익숙한 차량 소리가 들렸다. 여러 대가 있는 것 같다. 멀리 떨어진 계곡에서 나타난 기갑단의 호송대를 본 지프는 마지막으로 품고 있던 작은 희망까지 잃고 말았다. 그들에게는 이런 기회가 없었다.
그들과 함께 머무른다면 앞으로도 기회는 없을 것이다.
그는 아이자에게서 떨어져 미끄러지듯 지면을 밟았다. 엑소가 내려와 그의 팔을 잡았다. "지프, 시도는 해 봐야지. 여기서 멈출 순 없어. 지금은 아니야."
지프는 팔을 비틀어 엑소의 손을 뿌리쳤다. "넌 못 해."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한 이볼라는 고개를 저었다. 뭔가 말하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지프가 가로막았다. "내가 시간을 끌 수 있어."
아이자와 이볼라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다시 호송대를 바라보았다. 그들은 지프의 말이 맞음을 알았다.
짧은 작별 인사와 포옹을 나눈 후 그들은 잔해 뒤에 숨어 거의 두 배의 속도로 그곳을 떠났다.
움직일 때마다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지만, 지프는 도로 쪽으로 가까이 기어가며 기갑단을 자신 쪽으로 유인할 수 있을 정도로 두 사람이 멀리 이동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리고 먼지 속에서 지프는 소총을 메고 사격을 시작했다.
3.3.3. 지점의 로브(유광)
싸움에서는 적절한 균형만 유지한다면 항상 유리하다.
네트 파브는 심호흡을 하며 시간 속의 시간을 찾으려 했다. 그녀는 출구로 빠져나가지 못했고, 그녀 앞의 길은 그녀가 일으킨 폭발의 잔해로 막혀 버렸다. 그녀는 몇 분간 쉴 새 없이 총질을 하던 기갑단 3명을 처치했지만 아직 뒤에 한 명이 남아 있다. 뒤에 있는 놈은 그냥 놔둬도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틀린 생각이었다. 뒤에서 느릿느릿 다가오는 야수의 발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뒤로 돌아 총을 쏘았다.
하지만 탄환은 발사되지 않았다. 무기가 고장 났거나 총구가 막혔나?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그녀는 무기를 버리고 기둥 뒤에 쪼그려 총을 쏘는 기갑단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한 번. 두 번. 달깍 소리가 났다.
기갑단의 소총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다. 기둥 주위를 유심히 살피던 네트는 칼을 든 채 다가오는 기갑단을 발견했다.
네트는 숨어 있던 곳에서 뛰어나오며 목을 치려 했다 기갑단도 동시에 칼을 휘둘렀다.
두 칼날이 맞부딪혔다.
3.3.4. 지점의 장화(유광)
시간은 남쪽으로 이동하는 철새처럼 빨리 지나간다.
헤드셋에서 들리는 케이드-6의 목소리를 들으며 걷던 세라노는 킥킥 웃었다. 엑소가 기갑단의 주의를 돌리는 데… 닭을 이용했다고? 그것도 여러 번? 붉은 군단에는 이상한 약점이 몇 가지 있는 것 같다.
그 얘기가 너무 재미있어서 세라노는 다리의 통증도 잊어버렸다. 그의 우주선은 도시 외부로 멀리 날아갔지만 마침내 탑이 보이기 시작했다. 낮잠이나 한숨 잘까 생각하던 중에 앞쪽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들렸다.
속도를 높여 도로의 커브길을 돈 세라노의 눈앞에 진운이 가득 펼쳐졌다. 그리고 진운이 걷히자 뒤집힌 참새와 그 아래에 깔린 수호자가 나타났다. 세라노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그들에게 달려갔지만 가까이 갔을 때는 이미 너무 늦었다. 세라노는 수호자의 어깨를 잡고 잠시 묵념을 했다.
그리고는 참새에게로 눈을 돌렸다. 갑자기 죄책감이 들어 망설여지기는 했지만, 이 수호자에게는 더 이상 참새가 필요치 않다. 세라노는 참새 위로 기어올라갔다.
커브길을 돌아서 날아가자 진지에서 사격을 하며 접근하는 기갑단이 보였다. 겁에 질려 웅크린 민간인들이 쏜 총 몇 발이 침입자들에게 명중하기는 했지만, 기갑단은 금세 그들을 에워쌌다.
야수들 사이에서 소각병이 보였다. 저놈을 없애면 되겠군.
참새의 방향을 돌린 세라노는 기갑단의 커다란 손에 들린 화염 방사기를 향해 똑바로 돌진했다.
놀란 소각병의 얼굴이 똑똑히 보였다
3.3.5. 지점의 완장(유광)
목적이 분명해지는 순간은 딱 한 번밖에 오지 않는다.
그건 정당하지 않았다.
마렝스-3은 그렇게 생각하기 싫었지만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녀는 뒤집어진 첨탑 안에서 기갑단의 경비대를 찾고 있었다. 이유는 한 가지뿐이었다. 빛을 되찾았다는 수호자가 이곳으로 와서 여기에 보관된 걸 찾아내려 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빛의 축복을 받지 못한 다른 수호자 몇 명과 함께 그것을 찾는 과정을 돕기 위해 여기에 온 것뿐이었다.
지금 수호자를 도와 준다면 더 이상 이전으로 돌아갈 순 없다.
그녀는 계단통에 숨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그녀는 헤드셋에 "계단통엔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마렝스는 계단을 뛰어올라가 다음 문으로 들어갔다. 왼쪽, 그리고 오른쪽. 양방향으로 뻗은 복도가 있다.
아래에서 발소리가 들린다. 그녀는 등 뒤의 문을 닫고 왼쪽 복도로 내려가 가장 가까운 문 쪽으로 갔다. 문 손잡이를 잡는 순간 뒤에서 무슨 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총을 잡고 뒤를 돌아보았다. 아래층 홀에서 문이 열리고 다른 수호자가 비틀거리며 들어왔다. 무기는 없다. 부상을 입었다.
그때 모든 것이 확실해졌다. 그녀가 여기에 온 것은 바로 저 수호자 때문이다. 그녀는 손을 들었다. 거기 있어.
그녀는 계단통으로 급히 돌아가 손잡이를 쏴서 부순 다음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 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 순간에는 정당함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4. 전설(2020년)
모두 직업 방어구에 나오는 지식이다.
4.1. 타이탄
대칭의 교리가 나오기 이전까지 어둠에 대한 논쟁은 주로 도덕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졌다. 암흑기 학자들은 기존의 도덕률에 초인과적 힘을 직접적으로 대입했다. 즉, 그들은 [빛 = 선]이며 [어둠 = 악]이라고 생각했다는 뜻이다. 그들의 관점에서 이는 본능적인 결론이었다. 어둠이 알려진 세계를 무너뜨리고 여행자가 인류를 파괴에서 구한 것을 보았을 때 이는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그러나, 붕괴의 여파가 완전히 가라앉은 후, 도시 시대 학자들은 역사적인 시야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그들은 도덕률이 아닌 전체적인 관점에서 어둠을 연구했다. 이런 초기 대칭론자들은 대부분 "어둠을 밝히다"에서 모니간이 쓴 것처럼 제 주장을 변호했다.
"비록 어둠이 필요악이라는 것이 사실일 수도 있지만, 어둠이 항상 선의 세력에 굴복한다는 것을 인정함으로써 어둠의 존재를 용납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빛이 비치는 곳마다 어둠이 한 발짝 먼저 물러서기 때문이다."
이러한 지성의 배경 속에서 울란 탄이 대칭의 교리를 처음 제시한 것이었다. 울란 탄의 가설은 어둠과 빛의 본성이 도덕적이라는 암흑기의 전제를 묵살했다. 대신, 울란 탄은 빛과 어둠에 대한 도덕적인 우리의 견해가 절대적인 힘에 대한 주관적인 경험에 바탕을 둔 것이라고 추정했다.
빛과 어둠의 개념과 선악의 개념이 완벽하게 대응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빛 = 악], [어둠 = 선]인 경계 공간 또한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이것이 참이라면 이는 곧 도덕적 상대주의의 궁극적인 승리가 될 것이다. 대칭의 교리가 시사하는 바로 이 (아직까지는 묵시적인) 부분을 선봉대는 크나큰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이단의 성자 울란 탄"에서 발췌
4.2. 헌터
울란 탄의 대칭 이론은 일파만파의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 아마도 울란 탄 본인이 의도했던 것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빛과 어둠이 도덕과 상관없는 독립된 힘이라는 주장은 이내 많은 이들에게 매우 불편한 의문을 낳았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빛과 어둠이 상호의존적인 관계라면, 어둠을 물리치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 울란 탄은 "빛이 소위 '승리'하기를 나도 바란다. 하지만 이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했다.
수백 년 동안 무력을 앞세워온 수호자들에게 이는 매우 불편한 주제가 되었다. 이들의 무력 체제에는 승리, 혹은 최소한 자기방어가 가능하다는 세계관이 내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수호자가 빛을 사용할 때마다 우주 어딘가에 어둠이 발생한다면, 이들의 무력행사는 헛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결국 수호자들은 헛되이 고생하고 애쓰면서 영원히 승부가 나지 않는 교전 상태를 연장하고 있다는 결론이 되니까.
즉, 울란 탄의 가장 큰 죄는 군림하는 전투 계급에게 저들의 투쟁은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얘기한 것이었다.
—"이단의 성자 울란 탄"에서 발췌
4.3. 워록
울란 탄이 수호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없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요주의 인물이 된 계기는 "어둠 속의 빛 찾기"라는 선전물의 간행이었다. 비록 그 저자는 무명이었지만, 그 내용물의 주요 골자는 울란 탄의 주장이라는 것이 널리 받아들여졌고, 그 여파 또한 울란 탄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선전물의 내용 중에서 가장 도발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빛은 어둠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둘은 서로에게 묶여 있다. 영원한 대칭 관계에서 서로가 서로를 낳는다. 둘은 하나인 셈이다!"
[…]
"빛 자매에게서 지식을 획득한다면, 어둠 형제에게서도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다. 여행자는 생명의 절반을 나누어줄 뿐이니, 그 나머지는 어둠에서 오는 것이다! 우리 자신을 알려면 어둠을 알아야 한다.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우리는 파멸할 것이다!"
어둠을 포용하다 못해 그 지식을 학습한다는 내용은 도무지 용납될 수 없는 주장이었다. 선봉대로서는 이를 좌시할 수 없었다. 따라서, 비록 선전물의 진정한 저자가 누구인지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이런 발상을 내놓은 죄로 울란 탄에게 처단이 내려졌다.
비록 체제의 권위자들이 울란 탄의 평판을 실추 시켜 결국에는 그가 반생을 은둔하게 만들었지만, 대칭의 철학이 지금도 널리 연구되고 있다는 사실은 그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 있는지를 나타낸다.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와 마찬가지로 오늘날에도 여전히 (더러는 "이단적"이라 일컬을 정도로) 논란이 끊이지 않는 주제이다.
—"이단의 성자 울란 탄"에서 발췌
5. 기타
5.1. 여름 여행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너무도 멀다.'''
무전기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지만, 침묵에 귀가 멍멍해질 지경이었다. 고스트는 불안해하며 허공에 8자를 그렸다.
"사후 보고라도 할까요? 무전기는 다시 켜질 거예요. 확실해요." 고스트는 목을 가다듬었다.
"알파 6-4 블루 파이 보고. 에스자 산의 외관을 검사하고 수색한 결과, 잔해는 리프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말을 멈췄다.
"우린 아군 각성자들과 교신을 시도했지. 여왕의 분노에 신호를 보내고, 시험의 신호기와도 통신해 봤고, 정보원인 녹색 까마귀에게도 연락해 봤지만 어디서도 응답이 없었지."
그는 한숨을 쉬었다. "그게 그 후에 도착한 적의 이목을 집중시킨 듯해. 책임은 내가 지겠어. 페트라를 부르려 했던 건 내 생각이었으니까."
"겨울의 가문 생존자들이 현장을 조사하고 있었어. 우리가 최근에 보았던 여러 몰락자와는 달리 그들은 진짜 엘릭스티 진영 중 하나와 같은 인종이었고 문장도 동일했지. 그들은 굶주리고 절망적인 상태였어. 하지만 누구도 도망치려 하지 않았지."
고스트는 "보고를 위해 탑으로 복귀하는 중입니다."
아무런 말없이 오랫동안 비행한 끝에 고스트는 통신을 다시 작동시켰고, 잡음 속에서 정적을 깨며 말했다. "탑 접근 중. 여기는 시티 호크 7-2-3. 응답하라."
5.2. 자외선 면도날
통합형 파동 엔진 2개가 장착되어 있어 맹공격이 가능합니다.
어이, 이봐. 이것 보라구.
메시지 잘 받았어? 자네 말처럼 이중 절단기 성능 죽이던데! 서로 끌어당기면서 참새를 계속 전진시키더라구. 꼭 새총 쏘는 거 같던걸. 진동이 계속 있기는 한데 좀만 지나면 익숙해질 거야.
며칠 전에 대박 사건이 있었어. 11,000피트 높이의 절벽에서 낙하했는데 이게 말 그대로 구름을 가르면서 주위에 소용돌이 모양의 안개를 만들어 내더라니까! 정말 아름다웠어.
가게 점원들한테 내가 대만족한다고 전해 줘. 그리고 내 동생 좀 잘 부탁한다고. 내 동생이 네게 유용할 만한 다른 아이디어를 알려 줄지도 몰라.
그럼 몸조심해.
라파엘 리즈
5.3. 회색 말벌
비행, 잠수, 공격이 가능한 참새입니다.
"그거 날 수 있는 거야?""왜 그런 걸 묻는데?""무거워 보여서.""
"왜 그런 걸 묻는데?"
"무거워 보여서."
"바보 같은 소리 하지 마. 안 무거워. 삼중 보호막이 있긴 한데, 그건 엔진 파워가 세기 때문이야. 엔진만 충분히 가동하면 바위도 날릴 수 있어. 하지만 이건 바위가 아니잖아. 너무 빨리 날아서 적들은 볼 수조차 없을걸. 한번 타 봐. 진짜라니까."
5.4. 옳은 선택
"그리고… 고마워요. 내 수호자가 되어 줘서."
빛은 사라졌다.
그는 이리저리 표류하다가 발사 기지 창고의 안내선에 매달린 우주선을 보았다. 외계의 수로 가운데에 펼쳐진 꽃밭이 수평선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는 자신의 중얼거림을 들었다. "내 수호자를… 찾아야 해."
전에도 이 말을 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의 목소리가 대답해 주었다. 확실하고 자신에 찬 목소리가. "그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몰라. 밖에서는 알 수 없지."
그는 이제 어느 다리 아래에 있었다. 기갑단의 탐조등이 웅덩이 양쪽을 비췄다. 그는 수면 아래에 무엇이 있는지 보고 싶지 않았다.
"안에서는 다 보여. 네가 누군지 늘 알고 있었지. 그는 눈을 깜박였다. 울고 싶었다. "우린 함께 있으면 더… 중요한 존재가 될 수 있어."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둥둥 떠다닌다. 가면을 쓴 여인의 얼굴에 검은 눈물이 흘러내린다.
"우리가 봤던 모든 것."
둥둥 떠다닌다. 분노한 수집가의 목덜미에 나노 기술로 만든 붉은 수술 목걸이가 걸려 있다.
"우리가 했던 모든 일들."
기갑단은 잔인한 일을 계속하며 지구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안전한 곳마저 짓밟았다.
"난 옳은 선택을 했어."
고스트는 의체를 열어 어둠을 다시 불러냈다. 그는 혼자였다.
이윽고 밤이 오자 비가 내렸다.
5.5. 동료를 안고
그 누구도 혼자 할 수 없어요. 혼자 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요.
그의 머릿속에서 열광적인 해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렌이 불타는 탱크를 비스듬히 몰아 뒷벽을 관통했습니다!"
레이서는 한계 고도로 비행을 했고, 그를 뒤따라오던 우주선이 시위라도 하듯 큰 굉음을 냈다.
"기갑단이 도시를 차지할 뻔했지만 렌이 게임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는 전속력으로 페러그린 구역으로 가고 있습니다. 해낼 수 있을까요?"
두말하면 잔소리지. 세 블록만 더 가…
하늘을 찢는 듯한 폭발음이 들렸다. 헌터는 멀리서 바이크가 부서지고 디디가 경고라도 하듯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그의 눈앞에 잔해가 비오듯 떨어졌다.
그 후에 그가 기억하는 건 구멍 난 기갑단의 가면과 백인대장의 고함소리뿐이었다. 그는 마커스의 목덜미를 잡고 있었다. 그의 시야가 좁아졌다. 온몸이 안 아픈 데가 없다. 다리는 부러졌다. "레이서는 분발했지만 지금 상황은…"
마커스는 괴물을 어깨로 밀어 넘어뜨린 후 땅에 쓰러졌다. 그러자 잔인한 근접전의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이 털썩 쓰러지며 그의 옆에 무릎을 꿇었다. 그의 그림자가 마커스 위로 넘어졌다.
어떤 말도 없었다. 단지 그의 어깨에 손이 닿았을 뿐이었다. 갑자기 몸이 가벼워졌다 헌터는 익숙한 타이탄의 팔이 자신을 안아 올리는 걸 느꼈다.
이노크 바스트는 세상의 종말을 지나 파트너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5.6. 매운 라면 쿠폰, 만료된 라면 쿠폰
'''매운 라면. 곱빼기. 최고의 맛. 만두 서비스.'''
탁월한 선택이군요. 세련된 엑소는 역시 주문하시는 음식도 고상하네요. 여러분이 라면을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식당은 매운 라면집 뿐인 이유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무엇보다도 음식이 최고입니다. 신선하고 노릇한 면발과 진한 국물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황금기의 요리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소금과 조미료를 적당히 가미한 맛이 천하일품이죠! 고기만두는 또 어떻고요. 말이 필요 없습니다! 만두 자랑도 시작하면 끝이 없죠. 일단 만두소의 돼지고기 품질부터 최고거든요.
주위 환경도 끝내주죠. 도시잖아요. 도시는 정말 멋지죠. 번화가니까요. 떠들썩한 게 좋지 않나요?
단점이라면 미광체 가격이 좀 비싸다는 얘기도 있긴 하죠. 저도 알아요. 미광체가 부족하실 수도 있겠죠. 미광체도 긁어모아야 하신다면 함께 방법을 강구할 수 있을 거예요. 따끈따끈한 보물 상자를 찾아야 되는데… 아, 얘기가 다른 쪽으로 빠졌네요. 저기요, 저나 제 닭을 아신다면… 음, 닭은 아니더라도 저를 아시고 믿으신다면, 매운 라면이 마음에 드실 거예요. 제가 보내서 왔다고 말씀하세요. 이 쿠폰을 주시구요. 그러면 제가 잘 대접해 드릴게요.
제가 보냈다고 꼭 말씀하세요. 케이드-6. 키읔으로 시작하는 '케이드'예요. 거기에다 숫자 6. 케-이-드-6(7 아님).
케이드-6.
5.7. 깨어난 의체
가장 필요할 때 깨어나는 고스트에게 적합합니다.
"몰락자 중에는 내가 인간의 유물에 가진 관심을 불쾌해하는 이도 있지. 악취미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혹은 그게 내가 인간들을 동정한다는 의미로 보기도 하고." 거미가 낄낄거렸다. "마치 내게 동정심이라는 게 있을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야."
몰락자 무리의 우두머리는 상태가 괜찮은 고스트 의체를 두 눈앞에 들고있다. 거미의 길다란 손가락에 들린 의체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처럼 보인다.
"사실 난 이 빈 것을 보는 게 좋단 말이지. 한때는 빛이 있었던 자리의 공허함 말이야. 완전히 바닥난 향수병 같지." 거미는 그 앞에 서 있는 헌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물론, 이걸 자네에게 팔고 나면 다시 빛으로 채워지겠지. 힘을 원하는 자네의 천한 욕망을 이용해 제 원래 목적을 이루고자 요란을 떨면서 말이야."
초조해진 헌터의 집게손가락이 움찔 떨리기 시작했다. "뭐, 내주고 싶지 않다면 이 거래는 없던 걸로 하지." 발치에 누인 형체를 발가락으로 건드리며 헌터는 말했다. 자루를 뒤집어쓴 머리에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직하게 들렸다.
"다들 진정해요." 헌터의 고스트가 끼어들었다. "저는 새 의체가 필요하고, 당신은… 이 포로가 필요하지요. 이건 공정한 거래입니다. 다들 동의했잖아요."
"그렇지? 주도권을 쥔 게 누군지 뻔하다니까." 거미는 고스트 의체를 헌터에게 던졌다. "좋아. 가져가라. 그저 명심해라. 자네가 쓸모를 다하는 날, 그 고스트는 거리낌 없이 자네를 버리고 다른 인형을 찾아서 부릴 거다. 그때를 난 기다리고 있겠다."
5.8. 에이라의 품위
"여행자 이전 시대의 춤이라고 했어. 사랑하는 사람과 석양 아래에서만 추던 거라고 했지. 그녀의 말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지만, 믿고 싶었어." —호손
"파이크 경주는 아주 위험한 시합이지. 특히 무기가 뜨거울수록 말이야. 그리고 나는 무기가 뜨거운 편을 좋아하고. 사상자가 많이 나오지. 판돈도 어마어마하고. 그래서 좋아해." 거미는 제시된 경주의 세부 데이터가 빽빽하게 표시된 것을 살펴보았다. HUD에 계산과정이 빠르게 지나갔다. "상품으로 이런 참새가 내걸렸으니 참가자도 많이 몰릴 거란 말이지. 그나저나, 대체 어디서 이런 물건을 얻은 거야?"
몰락자 무리의 우두머리는 위 어깨를 으쓱했다. "수호자들은 도박을 좋아한다니까.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그건 그래." 거미가 데이터 표시를 접은 후 방문객에게 주의를 돌리며 말했다. "물론, 보안, 청소, 매수 등의 경비가 들 거야. 무시할 수 없는 경비가."
몰락자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짜증을 냈다. "말이 너무 많군. 인간처럼 말이야. 얼마를 원하는지나 말해."
거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우선, 모든 내기의 지분을 원해. 5퍼센트씩. 또한, 모든 사고의 잔해와 사체도 내 거야. 내 영토니까 내가 회수한다고. 마지막으로, 경주가 시작하기 전에 누가 우승할지 알아야겠어."
몰락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3퍼센트. 잔해도 가져. 우승자는 나야. 항상 나라고." 그의 수행원들이 낄낄거리며 동의를 표시했다.
거미는 네 개의 손바닥을 보이며 거래의 수락을 표시했다. "거래를 받아들이지. 즐거운 사냥 하라고."
5.9. 부활 비행
영원을 향해 질주합니다.
젊은 아이 엄마가 당혹감을 추스르며 최후의 도시의 좁은 골목길을 달렸다. 아직도 기갑단 파편으로 벌집이 된 돌길을 맨발로 디디며 통 넓은 바지자락을 부산스럽게 움직여 뛰었다.
"롤린! 롤린! 어디 있니?" 불안감이 목소리에 배어 나오지 않도록 애를 쓰며 외쳤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고 싶지 않았지만, 적의 침입이 있은 이래 평정을 유지하기란 워낙 힘들어진 상태였다. "롤린!"
아이 엄마는 골목길을 벗어나 이제는 임시로 장이 선 광장에 들어섰다. 생활용품이 진열된 접이식 탁자며 기갑단 부품으로 가득한 플라스틱 상자며 지글거리며 케밥을 굽고 있는 석쇠를 눈으로 살폈다. 찾았다! 광장의 저편에 언뜻 검은 곱슬머리가 보였다. 아이 엄마는 군중을 헤치며 나아가 마침내 반짝이는 참새에 올라탄 깜찍한 여덟 살배기 아들내미에게 다가갔다.
위에 떠 있는 여행자를 비출 정도로 광을 낸 늠름한 기계 위에 앉은 롤린은 정말 작아 보였다. 근처에는 수호자 화력팀이 분식 가판대 곁에서 라멘을 먹고 있었다. 무심한 시선으로 자신들의 죽음의 기계 위에서 아이가 노는 것을 지켜보면서.
아이 엄마는 냉큼 달려가 아이를 참새 위로 안아 들었다. 아이는 저항하며 투덜거렸다. "엄마, 괜찮다고 했어요! 움직이고 있지도 않은걸!"
"괜찮지 않아, 롤린." 아이 엄마는 목소리에 날이 서지 않도록 주의하며 말했다. "집에서 나가려면 꼭 엄마한테 얘기해야 한다고.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가자." 아이의 가는 팔을 잡아끌며 아이 엄마는 시장을 가로질렀다.
"난 안 갈래!" 발을 동동 구르며 아이가 반항했다. "나도 수호자가 되고 싶다고!"
"안 돼!" 아이 엄마가 매섭게 대꾸했다. 몸을 낮춰 아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재차 말했다. "안 돼. 너는 안 돼.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