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홀 정보 역설

 



1. 개요


설명하기 앞서, 정보 역설에서 말하는 정보에 대한 간단한 이론은 이론 물리학에서는 어떤 물질에서 관측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한 기록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만약 어떤 원자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이 가지고 있는 질량, 중성자의 수, 어떤 조건에서 어떤 상으로 상변태 할 것인지, 다른 물질과 어떤 식으로 결합하며 그때 특성은 어떻게 나타날 것인지 등등이 전부 그 원자가 가지고 있는 정보이다. 또한 아직 이론상으로는 정보는 변하거나 유지되기만 하지 절대 파괴될 수 없다. 만약 산소 원자가 수소 원자 2개를 만나 물 분자가 된다고 하면 산소 원자는 결합으로 인해 물 분자가 되었다는 정보가 발생하며 해당 물 분자를 분해시켜 다시 산소 원자로 돌려놓아도 정보가 추가될 뿐 과거에 물 분자였다는 정보 자체는 절대로 사라질 수 없다.
블랙홀을 설명할 때 사용되는 변수가 불과 몇 개에 불과하기 때문에, 블랙홀 안으로 들어가서 블랙홀의 일부가 된 물질에 대한 정보의 대부분은 소실된다.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물질의 종류가 무엇인지는 관계없이, 그 물질에 관하여 보존되는 정보는 질량, 전하량, 각운동량 뿐이다. 이 셋을 제외한 나머지 정보들이 계속 소실된 상태로 유지되는지는 수수께끼이다. 그 정보가 블랙홀 내부에 남아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이 밝혀냈듯, 블랙홀은 호킹 복사를 방출하면서 서서히 증발한다. 이 복사는 블랙홀을 형성한 물질에 관한 추가적인 정보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으며, 이는 곧 소실된 정보는 영영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1]
블랙홀 안으로 들어간 정보의 보존 여부(블랙홀 정보 역설)는 이론물리학계를 양분하는 대형 떡밥이다(손–호킹–프레스킬 내기). 양자역학에서는 어떤 사건의 결과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결과의 확률의 합은 언제나 1로 보존되어야 한다는 단일성이라는 필수적 성질이 있는데, 정보의 소실은 곧 단일성의 위반을 의미한다. 단일성이 위반되는 것은 곧 에너지 보존 법칙이 위반되는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에는 이 문제에 대해 완전한 양자중력 이론적 처치를 거치면 정보와 단일성이 확실히 보존될 것이라는 증거가 구축되고 있다.
가장 확실한 증명법은 블랙홀 내부에서 물질을 꺼내오던가 블랙홀 붕괴 후 방출하는 물질들을 잡아서 분석하는 것인데, 전자는 이론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고 후자는 양성자 붕괴가 사실이라면 인류는 커녕 모든 원자가 절멸하고도 말 그대로 영겁의 시간 후에 찾아오는 현상이라 사실상 둘 다 불가능하다. 그나마 붕괴가 엄청나게 빠른 초미니 블랙홀을 만들어 관측하는 것인데 안타까운점은 인류는 이론상 미니 블랙홀을 만들 기술력은 존재하지만 물질의 모든 정보 추적과 분석이 아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이 논쟁은 앞으로도 오랜시간 계속 될 예정.
관련된 정보를 얻고 싶다면 이 주제를 두고 호킹과 논쟁했던 레너드 서스킨드의 '블랙홀 전쟁'을 읽어보길 권한다.

2. 중요한 이유


블랙홀이 실제로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든 물질에서 분리해서 보관하고 있고, 인류가 이것을 발견하고 해독하는 순간 말 그대로 우주를 제어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바꾼다던가 하는 짓은 불가능하겠지만(정보를 조작할 순 없으므로), 블랙홀을 우주급 정보 대도서관으로 쓰면서 물질에서 정보만 떼놨다가 필요할 때만 정보를 가해 물질을 생성한다든지 등의 미친짓이 가능한 , 물질 위주의 사고에서 정보 위주의 사고로 한단계 발전할 것이다. 물론 그 이후의 일은 현재 물질의 세계에 사는 인간의 상식으론 절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반대로 블랙홀이 정보를 제거한다는 것이 사실이고 다시 복구가 불가능하다면 우주 입장에서는 아주 암울한 미래인데, 혹여나 블랙홀이 삼킨 물질들을 다시 뱉어낸다고 해도 정말 기초적인 정보를 제외하곤 삭제된 상태이므로 아무 의미가 없이 우주를 싸돌아다니는 입자들이 될 뿐이다. 사실 이 또한 '정보가 삭제될 리 없다'고 가정한 현대 물리학 이론들에 의해 예견되는 일이니 실제로 정보가 삭제된 물질들이 어떤 행위를 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블랙홀 정보 역설에서 말하는 '정보'와 '정보의 보존'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많이 떠오르는 인물을 한 명 꼽으라고 한다면 클로드 섀넌이 있을 것이다. 특히 컴퓨터 관련 학과를 전공한 사람들에게는 `정보이론`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실제로 두 이론에서 말하는 '정보'의 의미가 크게 다르지 않다. 적용 분야만 다른 것이기에 같다고 봐도 무방하다.
여기까지 듣고나서 가만히 생각해보자. 어떤 식으로든 정보이론이 성립하는 현대의 발명품들(컴퓨터, 통신장치 등)의 주요 특징을 잘 생각해보면 이것은 상당히 놀라운 주장이 아닐 수 없다.[2]정보의 보존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 나온다면 블랙홀은 물론 우리가 행성이라고 하는 존재에 대한 더 폭넓은 접근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 ~
스티븐 호킹 박사님은 명확한 증명을 못한 채 세상을 떠나셨으니, 숙제는 이 세상에 남은 이들의 몫이 되었다.

[1] 호킹 복사에 의하면 블랙홀이 방출하는 것 '같은' 물질은 블랙홀 내부에서 나온게 아니라 양자 요동으로 인해 방금 갓 생성된 물질이다. 따라서 당연히 블랙홀 내부의 정보를 가지고 있을리 만무하다.[2] 컴퓨터공학적인 사고로 따졌을 때, '그냥 파일에 삭제 누르면 정보가 사라지는거 아니야?'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지만, 데이터와 정보의 개념을 착각한 것이다. 정보 이론에서의 정보는 물리적인 개념이 아니다.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 파일을 삭제해봤자 데이터는 0과 1로 이루어진 집합에 불과하므로 삭제한 파일의 데이터와 동일하게 복구가 가능하므로 정보의 소실이라 볼 수 없다. 아직까지의 이론으로는 정보는 영원하고 사라질 수 없기에 만약 정보의 삭제가 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지면 모든 것을 무의미한 데이터 덩어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대로 말하면 정보의 보존이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데이터 없이 정보만 저장하는 행위도 가능하다는 것. 이게 무슨 소린가 하겠지만 정보 역설 자체가 지금 블랙홀이 데이터(기본 입자들)에서 정보만 쏙 빼가서 어딘가 꿍쳐두고 있는게 아닌가 해서 나온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럴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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