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럼 마녀 재판
The Salem Witch Trials.
1. 개요
미국이 아직 영국의 식민지였던 1692년[1] , 매사추세츠 식민주의 항구도시 세일럼(Salem)에서 벌어진 일련의 마녀사냥 및 종교 재판을 말한다. 참고로 실제로 마녀 소동이 일어난 곳은 세일럼이 아닌 세일럼 빌리지로써 현재는 댄버스로 불린다. 세일럼과 세일럼 빌리지는 전혀 다르다. 그렇지만 바로 옆 동네이기도 하고 두 세일럼 모두 마녀사냥의 영향권에 들었던 곳이기도 하다.
이 재판으로 19명이 사형당하고 1명이 고문 중 압사, 140여 명이 체포당했다.
2. 경과
- 세일럼 재판 당시 영국과 식민지 지역은 율리우스력을 사용했으므로, 관련자료들도 전부 율리우스력 날짜를 따른다.
이후 두 소녀와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늘었고, 애비게일 윌리엄스를 포함한 소녀들이 여러 사람을 마녀로 지목하면서 몇 개월간 마녀 재판이 진행되었다.
특히 이 광기어린 재판을 주도하고 영향력을 발휘한 것이 코튼 매더 목사였다. 당시 미국은 목사에 의한 신정 왕국들이 할거하는 것에 가까웠고 그중에서도 코튼 매더는 매더 왕조라까지 불리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가문이었다. 사실 그는 과학에 지대한 흥미를 가진 이성적인 사람으로서 온갖 비난을 감수하며 종두법을 도입해 자신의 아들에게 직접 접종할 정도로 깨인 사람이었고 이른바 허깨비 증거가 재판에 도입되는 걸 경고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 목사 왕조들은 사람들이 깨임에 따라 쇠락해가고 이에 그는 이 재판이 사람들의 신앙심을 회복할 절호의 찬스로 여기고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특히 버로스 목사가 처형당할 때 찝찝해 하던 사람들에게 버로스는 안수받지 않았고 악마는 천사로 둔갑하기도 한다는 주장을 하여 관철시키는 데 앞장섰다. 하지만 그의 행동은 재판의 막장성이 드러남과 함께 신정 체제의 파멸에 결정타를 먹이고 말았다.
일단 마녀재판이 일어나자 세일럼의 유력 가문들은 정적을 해치우는 데 이를 이용하기도 했다. 유력가 중 하나인 퍼트넘 가[3] 의 앤 퍼트넘은 딸인 앤 퍼트넘 주니어와 다른 마을 소녀들[4] 과 함께 법정에서 마치 마녀의 저주라도 받은 듯한 연기를 해서 남편의 정적을 처리하려 했다. 이 연기가 얼마나 요란했는지 다른 도시에서 구경꾼들이 몰려올 정도다. 나중에 일이 잦아들고 나서 1706년까지 마을에 남아있던 앤 퍼트넘 주니어는 이때의 행동에 대해 공개사과하는 처지가 된다. 당시 자신이 사탄에게 홀린 상태였다면서 눈물을 흘리고 진심으로 참회했다고 한다. 그러나 재판 당시에 무고한 사람들을 고발하면서 발작까지 했던 출중한 연기력을 보았을 때, 진심으로 뉘우친 게 아니라 훗날 여론이 자기에게 불리하게 돌아가자 자기한테 벌어질 공격을 모면하기 위해 가식적으로 눈물을 연기하면서 벌인 쇼일 가능성도 있다. 앤 퍼트넘 주니어는 부모 사후 남은 형제자매들을 세일럼에서 계속 부양해야 했기에 사과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기 때문이다. 일찍 죽은 애비게일 윌리엄스를 제외한 나머지 당사자들은 사건 이후 다른 곳으로 이사가서 결혼도 하고 천수를 누렸다.
결국 여자 13명, 남자 6명이 참수당하고 남자 한 명은 압살당했다.[5] 주민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온 도시가 불안에 떨었지만 세일럼 내부에서는 도저히 분위기를 진정시킬 수가 없었고, 견디다 못한 세일럼 주민 일부가 외부에 도움을 요청했다. 1692년 10월, 마침내 매사추세츠 총독 윌리엄 핍스(William Phips) 경[6] 이 허깨비를 증거로 채택함을 금지하고 곧 세일럼의 마녀 재판 법정을 해산시켰다. 그리고 10년 뒤에는 세일럼에서 있었던 마녀 재판을 불법으로 선언한다. 덤으로 이전에 재판으로 죽은 사람들도 사면받았다.
유럽의 마녀사냥 전성기와 비교하면 매우 뒤늦은 시기로, 본토인 유럽에서마저도 그런 것이 없던 시기에 터진 만큼 후폭풍도 컸다. 이 사건은 마을 전체를 광풍으로 휘몰았기 때문에 재판이라는 행정적 절차보다는 세일럼이라는 마을 공동체 전체에 눈을 돌려야 한다. 당시 사정을 다룬 논문이나 책이 많지는 않으나 꾸준히 나온다. 미국의 초창기 이주민 주류였던 청교도들이 본토 유럽의 기독교인들보다도 더 열렬한 신자였다는 점. 영국과의 전쟁, 원주민들과의 대립, 전염병, 그로 인한 농사의 흉작. 또한 기존에 땅을 개척했던 개척민들과 뒤이어 새로 이주한 개척민들과의 갈등 등이 유럽에선 이미 한물 간 마녀사냥 열풍이 늦게서 불어닥친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상 19~20세기 초엽에도 미국은 기독교 문화와 청교도 금욕주의가 유럽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회였다.
미국 정부나 반미활동위원회는 '세일럼의 마녀들'이 매카시즘 비판을 위해 쓰여진 것을 알고 불쾌해했지만 1957년 매사추세츠 주정부가 1692년 세일럼에서 있었던 마녀 재판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무려 265년 만의 일이자 자신들의 역사상 오점을 좀처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7] 미국이 독립되기 전 사건임에도 미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다섯 개의 오점 중 하나다[8] .
악마나 영혼 따위의 종교적, 초자연적 현상을 재판에 개입시켜서는 안 된다는 교훈과, 증거의 여왕이라는 자백도 고문으로 인한 자백은 무효로 해야 하고, 자백이나 다른 사람의 증언도 객관적 물증의 뒷받침 없이는 확실한 증거로 받아들이지 않는 증거주의재판을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 사례로 흔히 인용된다.
3. 창작물
- 러브크래프트는 1938년에 출판한 ≪네크로노미콘의 역사'(History of the Necronomicon)≫에서 세일럼 재판도 마치 네크로노미콘으로 말미암은 일인 것처럼 지나가듯이 언급했다.[9] 또한 아캄의 모델이 세일럼이며 지리상으로도 두 지역은 가깝다.
- 이에 대해 가장 강하게 비판한 작가가 너새니얼 호손이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바로 이 마녀 재판의 판사였는데, 그는 외할아버지가 저지른 이 일을 평생 부끄러워했다고 한다. 그의 대표작 ≪주홍글씨≫, ≪영 굿맨 브라운(Young Goodman Brown)≫, ≪메리 마운트의 5월제 기둥(The Maypole of Merrymount)≫ 등 작품에서 개인을 억압하는 청교도 사회의 경직성이 잘 드러난다. 심지어 이 사람은 외할아버지가 저지른 짓 때문에 아예 성까지 갈아버렸다.
- 미국의 극작가 아서 밀러는 매카시즘 선풍[10] 을 보고 '세일럼의 마녀들'이라는 희곡을 썼는데, 장 폴 사르트르가 이를 기초로 시나리오를 쓴 영화가 1957년에 레몽 룰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고 1996년 니컬러스 하이트너가 감독한 크루서블의 시나리오는 밀러 자신이 직접 쓰기도 했다. 뮤지컬 마녀사냥도 세일럼의 마녀들을 기초로 만들어진 것인데 초연된 다음 해에 퓰리처 상을 받았다. 남을 파멸시키기 위해 악마가 되어가는 인간 군상의 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다. 2014년, 이 희곡을 기초로 한 미드 'Salem'이 방영되었다.
- 호러 영화 제인 도에서 시체가 온 출처. 마녀로 지목되어 고문 받고 각종 의식으로 봉인당한 채 묻힌 시체가 미국 전역을 떠돌아 다니면서 죽음을 불러온 것.
- 안야 테일러 조이 주연의 영화 더 위치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등장, 당대 사람들이 느꼈을 광기와 공포, 두려움, 슬픔이 굉장히 상세하게 묘사돼있다. 소품과 의상 등 시대를 잘 고증한 미술로도 유명하니 관심있다면 꼭 감상을 권한다.
- 해리 포터 시리즈에선 설정상 진짜 마녀 2명이 여기 휘말려 죽었으며, 이를 계기로 미국 마법사회는 머글과의 접촉을 법(1965년 폐지)으로 금했다고 한다. 최소 90년대까지 미국 마법사회에 '세일럼 마녀 협회'라는 조직이 있을 정도. 영화 신비한 동물사전에서 1693년 이후 마법사회 최대 노출 위기라는 신문기사가 나오는데, 연도상 이 사건으로 보인다. 그와는 별개로 마녀 재판에서 오히려 화형 과정을 마법사들이 즐기기도 했다고 한다.
-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 시즌 3에서 주제로 다루었다.
- Fate/Grand Order의 1.5부 4장 금기강림정원 세일럼의 배경. 애비게일도 등장한다.
-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의 타이탄 코믹스 연재 만화 '어쌔신 크리드: 어쌔신즈(Assassin's Creed: Assassins)'에서는 세일럼 마녀 재판 자체가 세일럼의 암살단원들을 색출해 처형하고자 템플 기사단이 부린 수작이라고 나온다. 세일럼 마녀 재판의 주도자들인 새뮤얼 패리스 목사와 마녀 재판 재판장 윌리엄 스타우턴 모두가 영국 지부 쪽 템플 기사단원이라는 설정.
- 머더드: 소울 서스펙트는 이것을 주 소재로 다룬 게임이다.
- 디모인급 중순양함 2번함 USS 세일럼의 부대 패치는 이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마녀 도안으로 그려졌다.
- 미드 타임리스의 한 에피소드로 다뤄진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역사를 고쳐 자기들 입맛대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악의 조직이 마녀 재판에 숟가락을 얹어서 원래 역사에선 고소당하지 않은 여인을 마녀로 몰아 죽게 하려고 하는데 이 여자가 그 해를 기준으로 14년 후 벤자민 프랭클린을 낳을 여자였고 주인공들이 이걸 막으려고 고군분투한다.
- 다크 픽쳐스 앤솔로지 2부인 리틀 호프는 세일럼 마녀 재판에서 소재를 따온 것으로 보인다.
[1] 미국 독립전쟁이 1775년에 시작됐고, 독립선언문 발표는 1776년에 있었다. 미국이 독립국으로 완전히 인정받은 것은 1783년 파리 조약부터다.[2] 과학적 원인에 대해서는 설이 분분하다. 맥각균에 오염된 호밀빵을 먹고 맥각 중독에 걸렸기 때문이라는 설, 원주민 공격에 대한 집단 히스테리라는 설, 일종의 뇌염이 유행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 의견이 많다. 일부 역사학자들은 질병 등이 원인이 아니라 순수하게 질투와 광기가 발작의 원인이었다고(=정신질환) 주장하기도 한다.[3] 훗날 이 집안에서 이즈리얼 퍼트넘이 미국 독립전쟁에서 장군으로 활약한다.[4] 사건의 발단이 된 새뮤얼 패리스의 딸 엘리자베스 패리스, 메리 월콧, 머시 루이스, 애비게일 윌리엄스.[5] 법정에 출두하는 걸 거부하다 강제로 끌려가 가슴에 바위를 올리는 린치를 당했는데 이틀 동안이나 고통받다 죽었다. 혐의는 마녀 집회에 음식을 제공했다는 것이었다고. 이 남자는 자신이 고문에 못 이겨 마녀, 혹은 마귀의 끄나풀이라는 허위자백을 하면 자신의 전 재산이 압수당한다는 사실 때문에 끝까지 허위자백을 하지 않고 죽었고, 이렇게 죽은 후 재산은 빼앗기지 않고 가족들에게 갔다.[6] 생몰년 1651-1695. 향년 만 44세. 1692년부터 94년까지 메사추세츠의 첫 번째 총독으로 재임했다. 미국이 영국의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국법으로 임명된 총독이 있었다.[7] 미 정부는 멕시코 침공도 공식적으로 잘못이라 인정하지 않는다.[8] 나머지 넷은 아메리카 원주민 학살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일본계 미국인 차별정책인 행정명령 9066호, MK울트라와 터스커기 매독 임상실험.[9] 해당 구절을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1500~1550년 사이에 이탈리아에서 출판된 (네크로노미콘의) 그리스어 판본은 1692년에 어느 세일럼 주민의 장서실에서 불타 소실되었다고 보고되었다." 1692년 세일럼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세일럼 재판을 가리킴이 분명하다.[10] 밀러는 매카시즘으로 고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