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캡 패밀리
1. 개요
키보드의 분류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는 문서이다. 문서 제목은 간략성을 위해 "키캡 패밀리"라고 지었지만, 실제로는 키캡 패밀리 이외에도 키보드의 분류 방식 전반에 대한 내용을 다룬다.
우리 나라에서는 키보드의 종류를 나누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키에 사용되는 스위치 방식(기계식, 멤브레인 방식 등)이지만, 실제로 인체공학이나 산업의학 등에서 키보드의 디자인을 나눌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키보드의 프로필과 키캡의 디자인이며, 노트북 컴퓨터나 인체공학적 키보드 등을 디자인할 때 중요한 연구 대상이 되는 키의 열 수 및 키의 크기 등도 중요한 분류 기준이다. 거기에 키캡을 취향에 따라 교체하는 키보드 매니아들에게는 키캡의 호환성을 판가름하는 키 마운트 또한 중요하게 여겨진다.
각각에 대해 이 문서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2. 프로필
사물을 측면에서 본 형태를 "프로필(profile)"이라 칭하는데, 키보드의 프로필 역시 키보드를 옆에서 본 모습을 지칭한다.
일반 사용자가 키보드를 볼 때 가장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것이 키보드의 옆면인데, 의외로 많은 연구가 투입된 분야가 키보드의 프로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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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키보드의 프로필. 위에서부터 "곡면 후판(curved backplane)", "윤곽성형 키(contoured keys)", "계단식(staircase)", "편평(flat)", "치클릿(chiclet)" 프로필이다.
- 곡면 후판(Curved Backplane) 프로필: 키보드의 스위치와 마운트가 장착된 기판, 즉 후판 자체가 완만한 곡면을 이루며 휘어져 있는 형태의 키보드이다. 철판을 굽히고 스위치를 그 위에 배치해야 하므로 제작에 품이 많이 드는 편이라, 근년에 제작된 키보드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옛날 키보드 중에도 그리 많지는 않다. 이 방식을 사용한 키보드는 일단 고급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실제 사용의 편의성은 둘째 치더라도.) 대표적인 것이 IBM의 모델 F 키보드이지만, IBM 모델 M 중에도 곡면 후판 방식 키보드가 있었다.
↑ IBM 모델 F 키보드. 왼쪽 키들을 보면 곡면 후판 방식임을 쉽게 알 수 있다.
- 윤곽성형 키(Contoured Keys) 프로필: "조형된 키(Sculptured Keys)" 프로필이라고도 부른다. 만들기 힘든 곡면 후판 대신 평면 후판을 사용하되, 키캡 자체의 성형을 통해 곡면 후판 프로필의 형태에 가깝게 만든 것이다. 위에 키보드 프로필을 정리한 그림을 보면 알겠지만, 키들의 실제 작동축은 모두 평면 후판에 수직이므로 실제 키 스트로크의 배열은 곡면 후판과는 많이 다르다(곡면 후판 프로필의 경우 작동축이 평면이 아니라 곡면에 배열되어 있다). 때문에 곡면 후판만큼 인체공학적인 배려가 되어있지는 않은 프로필이지만, 그래도 실제 사용감은 양호하다는 평. 오늘날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곡면 후판 프로필에 비해, 윤곽성형 키 프로필 방식의 키보드는 오늘날에도 몇몇 모델이 생산되고 있다. (물론 고가의 전문가용 제품이 대부분이다.)
↑ 윤곽성형 키/조형된 키 프로필에 사용되는 키캡들. 키보드의 전면부에 배열된 키들일수록 전방이 후방보다 높음을 볼 수 있다.
- 계단식(Staircase) 프로필: 키의 열에 따라 키캡의 조형이 다른 윤곽성형 키 프로필과 달리, 계단식 프로필 키보드는 키캡의 조형이 열과 관계없이 똑같으며, 키캡들이 모두 전방이 후방보다 높게 솟아 있다. 그러나 그건 키캡을 스위치로부터 분리했을 때의 얘기이고, 실제로 키보드에 키캡이 꽃혀있는 상태에서는 키캡의 전후방이 같은 높이에 위치한다(위에 프로필을 정리한 그림 참고). 계단식 프로필은 1970~1980년대 전기 타자기 및 기계식 워드 프로세서에 자주 사용되는 키보드 프로필이었는데, 이런 기계들은 그 폼 팩터로 인해 후판의 전방이 후방보다 낮으므로, 키캡의 전방을 후방보다 높게 성형하면 키보드 상의 키캡은 대체로 평면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이 프로필이 전기 타자기나 워드 프로세서에만 사용된 것은 아니고, 일부 IBM 계열 키보드 중에 계단식 프로필을 갖는 것들이 있었다.
↑ 계단식 키캡을 스위치로부터 분리해 평면에 놓으면, 이처럼 전방이 후방보다 높음을 볼 수 있다.
- 편평(Flat) 프로필: 오늘날 가장 널리 이용되는 키보드 프로필 중 하나. 제작이 간편하며 키캡의 높이를 억제하는 것이 용이하여, 노트북 컴퓨터에도 많이 이용된다. 인체공학적 배려는 거의 없지만, 직업적으로 장시간 키보드를 이용하는 것이 아닌 이상 큰 문제는 없는 수준이다.
↑ 편평 프로필 키보드에 사용되는 키캡. 위쪽은 일반 키보드에, 아래쪽은 노트북 컴퓨터 키보드에 사용되는 키캡이다.
- 치클릿(Chiclet) 프로필: 키보드 계의 미니멀리스트. 그야말로 구색만 맞춘 키보드로, 이 프로필을 가진 키보드는 키캡과 스위치에 많은 연구를 하지 않으면 사용하기가 매우 피곤하다. 컴퓨터 외에도 전자계산기에 사용되므로 의외로 많은 이들이 사용해본 키보드일 수도? 초창기 치클릿 키보드는 키를 눌렀을 때 키 자체가 찌그러지면서 밀리는 느낌이 있어서 평판이 매우 안 좋았는데, 근년에는 시저(가위) 방식 스위치를 이용해 키를 누르는 느낌은 크게 향상되었다, 물론 시저 스위치가 들어간 치클릿 키보드는 비싸다.
↑ 치클릿 키보드의 모습.
물론 이렇게 기술적으로 분류하지 않고 특정 제조사에서 많이 이용하는 프로필을 프로필의 이름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예: "체리 프로필"). 그런데 이럴 경우 해당 제조사가 다른 프로필을 사용하면 의사소통에 지장이 있다.
3. 키캡 패밀리
키캡 패밀리는 키보드 자체의 프로필을 떠나 키캡 자체가 갖는 형태에 따른 분류이다.
똑같은 키캡을 사용해도 스위치와 후판의 설계에 따라 키보드의 프로필이 달라질 수 있듯, 키보드의 프로필 자체는 비슷해도 서로 다른 키캡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키캡 패밀리는 기성품 키보드를 그대로 사용하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고(키보드 프로필이 더 중요), 대개 키캡을 교체하여 원하는 디자인의 키보드를 스스로 만들려는 사용자들이 관심을 갖는 분류이다.
키캡 패밀리를 나눌 때 흔히 사용되는 기준은 다음과 같다:
- 키캡의 높이에 따라 고(high), 중(medium), 저(low) 키캡으로 분류한다(이를 키캡의 "라이드[ride]"라고도 부른다)
- 키캡을 측면에서 봤을 때의 모습인 키캡의 프로필에 따라 조형된 키(sculptured key)와, 비조형 키(non-sculptured key)로 구분한다.
- 키캡의 상부 표면의 형태에 따라 구형(spherical), 원통형(cylindrical), 평면형(flat) 키캡으로 분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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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이 원통형, 오른쪽이 구형 키캡이다.
물론 이 밖에도 실용적인 분류법으로 제조사에 따라 "체리", "알프스", "애플" 등 다양한 키캡 패밀리 분류법이 이용된다(아래 그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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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키캡 패밀리들.
4. 열(Row) 수
일반적인 키보드는 키들이 스페이스 바까지 합쳐서 다섯 열로 배열되어 있으며, 일반적인 IBM 호환 키보드는 그 위에 펑션 키가 한줄로 배열되어 도합 여섯 열로 구성된다. 오늘날 가장 많이 이용되는 키보드는 IBM 호환 키보드 계열이므로 대개 6열 키보드이지만, 디자인이나 작업환경 등을 고려한 색다른 키보드도 많이 있으며 특히 노트북 컴퓨터의 키보드는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괴상한 열 배치를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물론 열 수가 다르다고 해도 가장 많이 이용되는 글자키와 숫자키의 배열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기에 키보드 열수가 다르더라도 큰 문제는 없는데, 물론 예외도 있어서(해피 해킹 키보드 등)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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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60% 배열"이나 "포커 배열"로 불리는 5열 키보드. 펑션 키와 숫자패드가 없어 매우 작다. 책상 위에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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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 애플 매킨토시 컴퓨터에 달려 있던 5열 키보드. 숫자패드는 있지만 펑션 키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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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매킨토시 컴퓨터에도 펑션 키가 있기 때문에 6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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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싱크패드 등의 비즈니스 노트북 컴퓨터에서 사용되던 6열 플러스 알파 키보드.[2] 메인 키 6열에 각종 보조키가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다. 업무용 노트북이므로 기능성을 염두에 둔 디자인인데, 요새는 업무용이라 해도 이렇게 번잡한 키보드는 잘 사용하지 않는다.